피희순

피희순은 서울의 사라져가는 동네들을 기록하는 한국의 사진작가다. 그녀의 대표작 「정릉골」과 「구룡마을」은 도시화의 그늘 속에 놓인 주변부 공동체의 삶을 따뜻하고도 세밀하게 담아낸다. 그녀의 렌즈는 급변하는 도시 풍경 속에서 종종 잊혀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장소의 영혼을 포착하며, 부산국제사진페스티벌과 전주국제사진페스티벌 등 주요 사진 행사에서 전시되었다.

Guryong Village: A Tale of Two Worlds

서울 강남의 화려한 고층빌딩과 고급 아파트 사이에 자리한 구룡마을은 그 주변 풍경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공간이다. 구룡산 자락에 자리한 이 작은 공동체는 단순하고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창이 된다. 첨단 개발 지역과 맞닿아 있는 구룡마을의 풍경은 한국 사회가 겪어온 급격한 도시화와 사회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강렬한 시각적 은유이다.

작가는 구룡마을 주민들의 삶을 기록함으로써 사라져가는 삶의 흔적을 보존하고, 빈곤과 도시개발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고자 했다. 구룡마을은 전통과 현대의 갈등, 급속한 도시화가 미치는 영향, 그리고 문화적 유산 보존의 중요성 등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