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훈

성남훈은 프랑스 파리의 이카르 포토(ICART Photo École de Paris)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하고, 프랑스 보도사진 에이전시 라포(Rapho)에서 활동했다. 이후 전주대학교 사진학과 초빙교수, 온빛다큐멘터리 대표, 전주국제사진페스티벌 총감독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진가 그룹 ‘드림플라워팩토리(Dream Flower Factory)’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What Wind Whispers

“우리가 말을 할 수 없었더라도, 바람은 대신 말했다.”
제주 4·3 사건을 겪은 한 제주 사람의 이 말은,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이 가슴속에 묻어둔 고통과 그리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말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나의 프로젝트 「바람의 말(Wind’s Words)」은 사진을 통해 제주에 깊이 뿌리내린 역사를 탐구한다. 나는 4·3 사건과 관련된 장소들을 촬영하고, 인화된 사진을 물리적으로 손상시킴으로써, 조각나고 상처 입은 과거의 기억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바람이 희생자들의 말하지 못한 슬픔을 품었듯, 이 사진들은 오랫동안 침묵 속에 가려져 있던 역사의 증언이 되고자 한다. 대형 폴라로이드 필름을 사용하고, 인위적인 손상 과정을 더함으로써, 완전하지 못한 기억과 4·3 사건이 남긴 지속적인 상흔을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