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서울의 숨은 공간들을 탐구하는 사진작가 이지원은, 남대문시장이 지닌 전통과 현대의 공존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통해 이 역사적인 시장의 사람들, 장소,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녀의 사진은 남대문시장의 오랜 역사와 변치 않는 매력을 담아내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서울의 시간 속으로 다시금 발을 들이게 한다.

Namdaemun Market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인 남대문시장은 도시의 깊은 역사를 품은 증거처럼 서 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붉은 벽돌 벽에는 600년에 가까운 세월이 남긴 균열과 얼룩이 새겨져 있으며, 그 하나하나가 변화와 회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늘 높이 솟은 빌딩들이 무심한 시선으로 시장을 내려다보는 가운데, 남대문시장은 여전히 현대화의 거센 물결에 휩쓸리지 않은 채 자신만의 시간을 지켜오고 있다. 빛바랜 간판이 걸린 오래된 건물들은 서로 다른 공간 속에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 숨 쉬고 있다.

분주한 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과거의 한 장면이 문득 스쳐 간다 — 원하는 카세트 플레이어를 찾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점을 뛰어다니던 학생의 모습처럼. 지금도 이곳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익숙하면서도 따뜻한 정서를 품고 있다.

수많은 현대 상점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사라지는 도시 속에서도 남대문시장은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다. 이곳은 단순한 물건의 저장고를 넘어,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가 깃든 장소다. “남대문시장에 없으면, 서울 어디에도 없다”라는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