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gkok in Black & White

마닛 스리와니촙
도시로 내몰린 코끼리와 툭툭 운전사의 시선 속에서
마닛은 태국 사회의 인간성과 생존의 아이러니를 포착한다.
《Bangkok in Black & White》는 도시의 광기와 슬픔을
검은 유머와 냉철한 시선으로 그려낸 방콕의 초상이다.

이 시리즈에서 마닛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는,
한 툭툭 운전사가 길을 지나가는 코끼리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그는 이 사진의 제목을 ‘어디로 가야 하나?’라 붙였다.

그는 말한다.
“코끼리는 더 이상 숲에서 살 수 없어 도시로 내몰렸습니다.
코끼리 주인들은 복을 빈다는 미신을 이용해,
사람들이 코끼리 배 밑을 지나가게 하며 돈을 받죠.
마찬가지로 그 남자 역시, 논밭을 떠나
이 도시에서 툭툭을 몰며 생계를 이어갑니다.

나는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그 둘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 사회와 삶의 방식을 짓밟는 비인간적인 힘 앞에서
나 또한 그들처럼 저항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속 방콕은 어둡지만 기이한 유머로 가득하다.
마치 공포에 질린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하다.
밤의 어둠 속에서 끝없이 행진하는 자동차 군단,
악마처럼 번쩍이는 헤드라이트,
불길한 미소를 짓는 로널드 맥도날드 인형,
핸드백을 든 석고 공룡이 만들어내는 괴이한 풍경들.
그것들은 우리를 동시에 웃게 하고, 미치게 만든다.

그러나 바로 그 광기 속에서,
우리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태국은 지금껏 겪지 못한 위기를 지나고 있다.
그리고 방콕은 그 히스테리의 심장부에서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잉 까 (Ing K), 방콕,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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