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성남훈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나는 그리스,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 발칸 루트를 따라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여정을 기록했다. 내전과 종교, 자원전쟁의 희생자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생존을 위해 떠돌고 있었다. 이들은 단지 한 지역의 난민이 아니라, 오늘날 인류의 윤리와 연민을 시험하는 거울이다. 사진은 그들의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의 존엄을 증언한다.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나는 그리스 레스보스섬과 마케도니아 게브겔리아, 세르비아 프레스보와 시드, 크로아티아 보토보와 밥스카, 오파토바츠 등 발칸 루트를 따라 이동하는 난민들의 발자취를 좇았다.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수많은 이들이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고, 그들의 여정은 곧 인류의 윤리를 되묻는 시험대가 되었다. 바다를 건너고, 철조망을 넘으며, 눈과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들 속에는 노인, 여성,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국가의 보호도, 체제의 구원도 없이 오직 서로의 손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발칸은 과거 민족 분쟁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는 땅이다. 나는 이 지역의 역사적 흔적 위로 다시금 겹쳐진 새로운 유민들의 발자국을 보았다. 그들은 20세기 후반의 민족전쟁, 그리고 21세기 초 종교와 자원 전쟁의 피해자였다.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흘러온 난민의 행렬은 그저 한 지역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구조적 폭력과 탐욕의 초상이다.

사진가로서 나는 ‘난민’을 단순히 피해자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인간이며, 동시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 존재다. 사진은 그들의 절망을 기록하는 동시에,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렌즈 너머에서 나는 그들의 눈빛 속에 두려움과 결의, 그리고 아주 미세한 웃음을 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인간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마지막 존엄의 빛이었다.

이 작업은 특정 국가나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공유해야 할 책임의 이야기다. ‘유럽 난민’이라 불리는 이들의 현실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이주와 추방의 서사와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 사진들을 통해 묻고 싶다. 우리가 외면하는 이들의 고통 앞에서, 인간의 윤리와 연대는 어디까지 유효한가? 그리고 이 시대의 문명은 그 질문에 어떤 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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