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석광산

성남훈
인도네시아 방카피낭 순가리에이트 지역은 세계 주석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석 광산지대이다. 스마트폰과 전자기기의 필수 원료인 주석 채굴로 섬은 급격히 파괴되고 있다. 불법 채굴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농지는 회복 불가능한 폐허가 되었고, 버려진 채굴장은 오염된 인공 호수로 변했다. 눈부신 코발트빛의 수면 아래에는 인간의 탐욕이 만든 재앙이 잠들어 있다.

인도네시아 방카섬은 전 세계 주석의 약 3분의 1을 생산하는 거대한 광산이자, 현대 산업문명이 만들어낸 아이러니한 섬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카메라 등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전자기기 속의 필수 금속 ‘주석’은 바로 이곳에서 캐내어진다. 한때 어업과 농업으로 살아가던 순가리에이트 지역 주민들은 더 이상 바다와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 없게 되었고, 주석광으로 향하는 길만이 유일한 생계의 통로가 되었다.

정부가 국영기업에만 허용하던 채굴권을 민간에 개방하면서, 방카섬은 통제 불가능한 채굴 경쟁에 휘말렸다. 소규모 개인 광부들부터 대형 중장비를 동원한 기업형 광산까지, 섬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현장이 되었다. 한때 논과 밭이었던 땅은 깊게 파헤쳐져 다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황무지가 되었고, 버려진 채굴장은 맑고 아름다운 코발트빛 호수로 변했다. 그러나 그 호수는 아름답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Heavy Metal, Radiation, Plutonium, Pyrite 등의 독성 물질로 가득 차 있으며, 그 아래에는 인간의 탐욕과 무관심이 만들어낸 재앙이 잠들어 있다.

이 프로젝트는 화려한 색채 뒤에 감춰진 파괴의 얼굴을 드러내는 시각적 기록이다. 나는 이곳에서 “아름다움”이 더 이상 긍정적 의미로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보았다. 푸른 호수와 붉은 흙, 인간의 노동과 폐허가 만들어낸 이 모순적인 풍경 속에서, 사진은 단순한 고발이 아니라 묵시록적 질문이 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는가? 방카섬은 단지 인도네시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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