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icolor Noir
마닛 스리와니촙
방콕의 찬란한 색채는 욕망과 피로로 뒤덮인 현실의 가면이다.
소비와 환상이 뒤섞인 도시 속에서 마닛은 인간의 슬픔과 욕망을 ‘컬러’로 기록한다.
《Technicolor Noir》는 화려함의 이면에 숨은 방콕의 진짜 얼굴,
그 불안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시각적 자화상이다.
방콕은 오랫동안 세계인의 ‘가장 사랑받는 도시’로 꼽혀왔지만, 이제 그 자리를 이스탄불에 내주었다. 고대의 아름다움과 신화를 간직한 이스탄불이 다시 깨어나는 동안, 우리의 도시 방콕은 여전히 추하고 부끄럽지만, 사람들의 매력으로 사랑받았던 곳이다. 그러나 10년간의 시위와 혼란, 그리고 7개월간의 점거 사태 이후, 이 도시는 스스로의 족쇄를 벗어던진 괴물처럼 뒤흔들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 변화에 놀랐지만, 그들은 현실을 보지 못한 채 환상의 세계에 갇혀 살아왔다.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와, 그저 자유를 흉내내는 허상 사이의 갈등은 언제나 이 도시의 어딘가에 있었다.
마닛 스리와니촙의 신작 《Bangkok in Technicolor》는 그의 첫 번째 사진집 《Bangkok in Black & White》로부터 15년이 지난 후의 방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정치적 사건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반짝이는 표면들—이 도시와 SNS 세상이 지닌 피상성—그 자체에 집중한다. 이제 인간의 진실은 셀피와 이미지 속에서 드러난다.
세계화의 폭풍 속에서 방콕은 이상하게도 괴이한 돌연변이 도시로 변했다. 거대한 광고판, 자주색 혼합 천사상, 손바닥 위의 스마트폰 화면이 사람들을 지배한다. 마치 날개를 잃은 나비처럼, 사람들은 그 작은 화면에 매달린 채 소비적 환상의 꿈을 꾸며 산다.
마닛의 사진은 색과 흑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뒤집는다. 21세기의 흑백은 더 이상 리얼리즘이 아니라, 오히려 향수와 낭만의 상징이다. 이제 우리의 현실은 컬러 속에 잠식되었다. 과장된 색, 욕망의 이미지 속에서 사람들은 거짓된 꿈을 좇는다.
마닛은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컬러 작업이 오히려 더 슬프다. 끊임없이 변하는 도시의 소음과 피로, 그리고 광고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세계 속에서 사람들은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화려한 펜트하우스 수영장이 먼지 낀 도로 옆에 붙어 있는 것처럼, 현실은 이제 위장된 이미지의 일부가 되었다.”
그는 말한다. “이 사진들은 단지 내가 매일 본 것들의 기록일 뿐이다. 하지만 방콕의 사람들은 지쳐 있고, 자유는 침식되었으며, 성소는 사라졌다. 사람들은 결국 ‘존중을 보여 달라’며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놀란 사람들은 단지 그 억압을 느껴본 적이 없는 이들뿐이다.”
책의 마지막 이미지는 2011~2012년 대홍수 시기의 부서진 방콕이다. 강가의 부적 시장에서, 시암의 수호천사상과 라마 5세, 숲속 수도승의 조각상이 물에 잠겨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너희를 도울 수 없다, 스스로 구하라.”는 듯이.
그러나 책의 중간쯤, 여느 때처럼 개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이 도시의 진짜 영혼—거칠고 유연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하는 방콕의 상징이다. 심지어 거리에서 분홍색 모기장 아래서 잠을 자던 시위대조차, 미용실 텐트와 마사지, 침술, 심지어 신성한 문신으로 자신을 지키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책의 표지 속 여인은 치장과 보석으로 반짝이며, 치아 교정기를 낀 채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피로와 위선, 욕망이 공존하는 이 도시의 초상이다.
— 잉 까 (Ing K), 방콕, 2014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