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AN
마닛 스리와니촙
소비주의와 욕망의 아이콘 ‘핑크맨’을 통해
현대 태국 사회의 허영과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풍자한 대표작.
1997년, 과열된 태국 경제가 붕괴되기 두 달 전, 나는 ‘핑크맨’을 세상에 탄생시켰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나의 아이콘으로 성장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세 개의 시리즈로 끝날 줄 알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할 말이 더 많았다.
이 인물은 특정한 누군가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니다. 내가 당시 사회 전반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시대의 공기 속에서 태어났다. 그는 현대 태국의 정신, 즉 탐욕, 세계화에 대한 갈망, 그리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의 화신이다.
‘핑크맨’은 애초에 태국 사회, 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향한 경고로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그에게 강하게 공감해준 것에 나는 매우 기쁘다. 광적인 소비주의 시대 속에서 그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분홍색 정장을 입고, 텅 빈 분홍색 쇼핑카트—즉, 끝없는 식욕—를 밀며 세계를 떠도는 뚱뚱한 남자의 이미지는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해한다. 사람들은 안다. 핑크맨은 결코 만족하지 못하며, 앞으로도 결코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이것이 바로 사진 이미지의 힘이며, 동시에 ‘색채’의 힘이다. 특히 이번 경우에는 ‘핑크’라는 색이다. 언어를 초월하고, 문화의 장벽을 넘어, 특정한 방식으로 사용된 색은 수많은 잠재적 메시지를 보내며 우리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직접 도달한다.
— 마닛 스리와니촙 (Manit Sriwanichp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