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재구성

임안나
〈절정의 재구성〉 시리즈는 현대 미디어가 무기의 폭력성을 미화하고 감각을 마비시키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탐구다. 작가는 광고적 시각 언어를 차용해 전쟁 무기가 어떻게 영웅화되고 소비되는지를 드러낸다. 일상 공간 속 폐무기를 통해 전쟁과 평화의 모호한 경계를 시각화하며, 인간이 폭력을 유희와 소비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시대의 풍경을 기록했다.

<절정의 재구성 Restructure of Climax> 시리즈는 무기로 향하는 숭배와 감탄 그리고 공포에 관한 이야기이다. 현대 미디어가 사용하는 ‘최첨단’, ‘초강력’, ‘초고속’, ‘인공지능’ 등 무기를 묘사하는 언어와 스펙터클 이미지는 무기의 폭력성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든다. 차가운 금속 기계들로 전환된 영웅 신화가 만들어진 유래는 무기와 고급 자동차가 가진 상품이라는 동일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자동차 광고 사진의 이미지 화법을 작품에 차용하였다. 하지만 프레임 안에 실제 전쟁 무기와 영화나 CF에서 사용되는 조명 장치들을 노출하여 전쟁 무기를 향한 판타지(영웅화와 구경거리)가 이미지화되는 구성 요소와 방식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한편, 무기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난 후부터 나의 눈에 생각보다 많은 장소에서 그것들이 보였다. 유심하게 찾아 나선,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는 오브제가 된 폐무기들은 기존의 자연환경을 낯선 풍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고속도로 휴게소, 놀이공원, 대학교 캠퍼스, 유원지, 예기치 못한 공터에 놓인 폐무기는 전쟁과 분단국가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재현하려는 듯 보였지만, 그 맥락이 충분하지 않은 장소도 많았다. 더불어 무기들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모습들도 바라보게 되었는데, 다양한 행사장에 전시된 최신 무기들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나 찍을 거리를 위해 쇼업 ‘SHOW UP’ 된 아이템으로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유희의 인간, 위대한 호모 루덴스는 무기를 살생이라는 원래 속성과는 상관없이 놀이의 대상으로 호기롭게 소비하는 듯하였다. <냉각된 영웅 Frozen Hero> 시리즈는 이러한 풍경들의 채집 행위이며, 수집된 사진 이미지는 전쟁 무기를 소비하는 시대 상황과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도큐먼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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