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대학생으로 산다는 건

권학봉
경쟁과 불안 속에 놓인 청춘의 초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작가는 상업사진의 연출과 과장된 리터칭을 통해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시각적 풍자를 시도한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이제 성찰의 장이 아닌 생존의 전장이 되었고, 그 속에서 청춘은 고립된 꿈을 꾼다. 이 작업은 결국 한국 사회의 균형을 잃은 초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교육기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입시라는 무한경쟁 끝에 도달한 이 공간은, 처음으로 사회 속 자신만의 자리를 확보하는 출발점이자, 휴식과 사유, 자아 성찰의 시간이 주어지는 곳이었다.
한때 이곳은 시대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철학과 이념을 통해 자신만의 정당성을 찾아가던 젊은 열정의 장이었다.
그 치열함은 때론 건강하게 발산되었고, 사회 전체의 균형을 바로잡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은 더 이상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
시대의 정신을 지배하는 자본은 대학의 구조와 가치를 바꾸어 놓았고, 그 안에서 학생들은 다시 생존을 위한 경쟁에 내몰린다.
입시 대신 취업을 위한 경쟁. 지식과 교양보다 효율성과 실용성이 강조되는 현실.
가난과 계층의 격차마저 이 경쟁을 왜곡시키며, 한국의 대학생들은 점점 더 고립되고, 지쳐간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는 집단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대학은 결국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모여 있는 백화점 같은 공간이 되어버렸다.
나는 이 현실을 과도할 정도로 진지한 유머로 표현하고자 했다.
현실을 충실히 재현하는 대신, 상업사진의 연출 기법과 극단적인 후반작업을 통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시각적 세계를 만들었다.
이는 단순한 풍자를 넘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감정의 단층을 드러내는 시도다.

대학생의 삶은 지금 이 사회가 어디로 기울고 있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다.
이 작업은 그 안에서 균형을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이다.

2015년 봄, 권학봉